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 대 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며 ‘해상 주권’을 무력 행사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1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남한과 이제 완전히 길을 달리해도 된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그렇게 해도 외롭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이란 등과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자본, 투자, 기술, 그리고 관광객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김정은의 대남 발언들은 한국이 없는 북한의 미래를 제시하는 장기적 전략이다."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최근 석달 동안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남북관계와 관련된 몇가지 충격적 발언을 해왔다. 이미 지난해 연말 그는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노선과는 전혀 다르게, 여태까지 북한이 애써 부정해온 “두개의 조선론”을 시인했다. 나아가 지난달에는 북한 민족사에서 “대결광증 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며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남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각종 기구를 정리했고, 심지어 ‘삼천리 금수강산’ ‘8천만 겨레’처럼 북·남을 동족으로 상정하는 용어들까지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북한 정권이 처음부터 “국토통일”을 일차적인 국정과제로 삼아온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는 사상이 곧 생명인 북한 사회에서 일종의 ‘사상혁명’에 해당한다. 도대체 이 북한 지도자는 왜 한국과 영구히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됐고, 앞으로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 생각일까?
북한이 남한과 이제 완전히 길을 달리해도 된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그렇게 해도 외롭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친이란 세력들이 중동에서 각각 미국 내지 친미 세력들을 상대로 성공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낙관하고, 나아가 중국·러시아·이란 등 유라시아 열강과 미국 등 서방 사이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장기 갈등에서 북한이 중국·러시아·이란 등과의 관계 속에서 필요한 자본, 투자, 기술, 그리고 관광객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남한과 헤어져도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보는 것 같다.
위에서 분석한 것처럼,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김정은의 대남 발언들은 여태까지 남북관계의 흐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종합적 평가이자, 한국이 없는 북한의 미래를 제시하는 장기적 전략이다. 하지만 이제 남북이 더는 서로 통일을 모색하는 동족이 아니라고 해도 굳이 적이 될 필요는 결코 없다. 김정은이 말한 “적대 관계”는, 일차적으로 한·미·일 군사공조에 모든 것을 걸고 대북 접근을 사실상 포기한 윤석열 정권의 정책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결국 언젠가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남한 정권은 대북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좁은 한반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남과 북은 서로의 차이,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서로의 이질화를 인정하고 설령 “영구히 헤어졌다” 해도 서로 싸우지 않는 좋은 친구로 지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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